어젯밤, 책장을 정리하다가 보관함에서 오래된 수첩을 하나를 발견하고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수첩 커버에 끼여져있는 마당세실극장 회원권을 찾았다.
사진의 회원권은 1989년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억이 맞다면, 덕수궁 옆에 자리하고 있던 마당세실극장과의 인연은 이때에서 몇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극장을 처음 찾은 것은 아마도 중학생 무렵이지 싶다. 얼마짜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우표를 얼마치인가 사서 보내면 연간 회원권을 20장(10장이었나?) 정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회원권이 있으면 연극 한편을 보는데 회원권 한장과 1000원 정도만 지불하면 되었다. 돈 없고 배고픈 어린 학생에겐 굉장한 혜택이 아닐 수 없었다.
덕택에 그시절부터 고교 때까지 그래도 아쉽지 않게 연극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오래되다보니 "님의 침묵", "뺑파전", 기타 마당놀이 정도만 기억난다. 특히 "님의 침묵"은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이었는데 현재 영화배우로 잘 알려진 김갑수씨가 주연을 맡았었다. 몇년 후에 TV에서 김갑수씨의 낯익은 얼굴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도 난다.
사실 많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모아 놓은 연극 팜플렛이며 영화 티켓 등을 쭉 버리지 않고 보관해왔었는데, 2005년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오면서 한동안 고민하다가 모두 버려버렸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 ㅜ.ㅡ
살살 헷갈리긴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아마 생애 처음 본 연극은 마당세실에서 공연한 "보잉보잉(아마도 비슷한 제목)"이었던 것 같다. 소설가를 꿈꾸던 그때 연극은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무튼, 개발자로 밥 벌어먹고 사는 지금! 제대로된 문화 생활이라고는 애들이 모두 잠든 새벽에 컴퓨터를 켜고 맥주 한잔 곁들여 보는 영화 정도가 모두인 나에게, 새삼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회원권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예전의 마당세실은 현재 대학로로 이전한지도 오래되었고, 기존 자리엔 99년부터 제일화제세실극장이 들어섰다고 한다. 90년대 중반에 대학로, 신촌 등지로 소극장들이 군락을 이루며 전성기를 맞았었는데... 마당세실도 소외되기 싫었나보다.
Posted by Mr.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