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에 다녀왔다.

2009/09/23 10:06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지난 주말, 벌초와 성묘를 겸해 고향 예천을 미리 다녀왔다. 작년 이맘때에도 성묘를 다녀온 후에 포스트 "성묘 다녀오는 길, 내 고향은 예천이다." 하나를 올렸었다. ^^

예천이 고향이다 보니, 지난주인가 우연히 보게된 "1박 2일"에 등장한 예천과 회룡포의 모습이 유난히 반가웠다. 지난해 가을에는 회사 사진 동호회 멤버들과 회룡포로 가을 출사를 다녀온 후에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엔 가을빛이 내리고 있었다."라는 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었다. 1박 2일 멤버들의 뒷편으로 보이는 배경이 새삼스레 정겨웠다.

그때 회룡포를 찍은 전경 사진이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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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짧은 추석으로 성묘가는 차들이 많을까 싶어 새벽 5시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긴 여정 끝에 저녁 9시가 넘어서야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지만,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과 곧 다가올 가을을 알리듯 맑고 높은 하늘은 피곤함을 말끔이 씻어주었다.

올 가을에도 어디론가 가긴가야하는데...
동호회 멤버들에게 운을 한번 띄워볼 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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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출사지로 종종 추천되는 회룡포에 다녀왔다. 오래간만의 번출. 몇년전 주산지 출사 이래로 가장 장거리가 아닌가 싶다. 가는 길, 오는 길이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막혀서 뒷풀이 없이 헤어진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

회룡포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관광 예천(Yecheon Tour)에 소개된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강이 산을 부둥켜 안고 용틀임을 하는 듯한 특이한 지형의 회룡포는 한삽만 뜨면 섬이 되어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물도리마을로서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이곳은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인근 비룡산에는 숲속 등산로와 원산성, 봉수대 등 역사적 정취가 숨쉬는 자연공원으로 산책과 등산코스로 적합하다. 또한 이산에는 통일신라시대의 운명선사가 세운 천년고찰 장안사가 산중턱에 있으며 이 사찰의 뒷산에 올라가면 팔각정의 전망대가 있어 의성포(회룡포)마을의 절경이 한눈에 들여다 보인다.

2000년도에 방영되었던 KBS 인기드라마 『가을동화』의 초기배경이 이곳 회룡포와 용궁면 소재지로 하여 많은 이들이찾아오고 있다.

회룡포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장안사 뒷산 전망대로 올라가야 했는데, 전망대 부근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한결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SLR클럽 등에서 봐왔던 예의 그 사진들과 완전 똑같은(당연하게도! ^^)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촬영할 때 광각 렌즈가 따로 없어 아빠 번들(18-70)로 찍었는데, 구도를 어떻게 잡아도 2%로 부족했다. ㅜ.ㅡ
아쉬운대로 그 중 하나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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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좀 더 큰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회룡포 사진이 주목적이었지만, 주변에서 찍은 사진 몇개를 더 올려본다.

회룡포 가는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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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로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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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본 또다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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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사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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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의 하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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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장안사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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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중 한분이 올해는 태풍도 없었고, 대풍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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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철로가 예뻐서 몇 컷 찍었는데, 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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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장안사와 삼강주막에서 찍은 사진들이 더 있지만 생략. ^^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은 포토샵의 오토레벨 이외의 어떠한 보정도 하지 않은 사진이다. 자세를 낮추고 하늘을 배경으로 스트로보를 강제발광해서 촬영했는데, 개인적이지만 느낌이 괜찮은 것 같다. 가을 느낌도 살릴겸 PC 바탕화면으로 깔아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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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에 좋은 계절이다. 올해는 여름이 길어 가을이 짧을 것 같다.
가을빛이 무르익어갈 때에 가까운 남산 낙엽길이라도 다녀올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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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엔 전날 챙겨두었던 몇가지 짐들과 카메라 가방을 싣고는 부랴부랴 이른 아침부터 차를 내달렸다. 월곡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아버지를 태우고, 고향 예천을 향해 성묘길에 올랐다.

양궁으로도 유명한 예천은 9살이 나던 해까지 나의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향긋한 봄날에 누나 손잡고 호미 들고 나물 캐러 다니던 기억, 뜨거운 여름에 냇물에서 벌거벗고 미꾸라지며 물고기 잡는다고 밥 때 지나도록 놀던 기억, 가을이 되면 빨간 홍시가 주렁주렁 했던 할머니 집 감나무, 겨울이 되면 집 앞 논에서 얼음에 뒹굴어가며 온몸이 다 젖도록 썰매 타던 기억들...

외갓집에서 누나, 형들과 입 언저리가 까맣게 되도록 구워먹던 콩 냄새며, 지금 생각하면 꾸물꾸물 징그럽기 그지없는 누에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놀았던 누에 치던 방안에는 뽕잎 냄새가 가득했고, 한겨울 외양간 여물통(구유?!)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푹 삶은 짚 냄새며, 집 뒷편 5월의 싱그러운 언덕의 아카시아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 같던 아카시아 꽃을 통째로 따다 입에 넣고 줄기만 쭉 땡겨내어 먹기도 했다. 생각만 해도 입안 가득히 퍼지던 아카시아 향이 나는 듯 하다.

9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에게 남아 있는 기억의 단편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과 같다. 사실, 가끔은 머리에 떠오르는 단상들이 왜곡되지 않은 실체가 맞을까 싶은 의심스러운 기억들도 있다. 모든 것들을 제대로 기억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작심하고 가져간 카메라였지만, 성묘가 끝나고 돌아갈 길을 걱정하니, 여유가 없어졌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가며, 가능한 사진으로 담아오리라 하였지만, 결국 쫓기듯이 예천국민학교(현재는 물론 예천초등학교)와 예천교와 예천역(경북선)에서 뻗어나온 철로가 가로지르는 강변에서 몇 컷 찍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같아서는 좀더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울로 핸들을 틀었다.

초코파이 정 CF 시리즈 중에서 1991년에 선보였던 "전학가는 날" 편이 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가끔씩 그 CF를 볼때면, 채 2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서울로 전학 오던 그날이 아른거렸다. 2학년 담임 선생님은 기억이 맞다면 풍채가 넉넉하고 인상좋은 교감 선생님이셨는데, 책가방을 둘러매고 교실문을 나서는 나를 위해 반 애들 모두를 데리고 나와서 배웅을 해주었다.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나설 때 까지 모두들 내내 손을 흔들어 주었던 것 같다.

나는 헤어짐이란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느끼며 서울이란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을 시작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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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2학년 때 교실은 아마도 사진에서 건물의 맨 왼쪽 아니면 바로 윗층 교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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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로 둘러싼 모래판과 철봉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인 듯 하다. 사진은 안올렸지만 교문 앞의 큰 나무와 놀이기구들도 여전히 제모습인 것 같다. 반면에 학교도 많이 확장된 듯 하다. 운동장을 둘러싸고 건물이 둘, 셋은 더 생긴 것 같다.

아래는 낙동강 상류인 한천(아마도)의 모습이다.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과 연결된다. 예천교 아래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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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강둑을 정비하여 주변이 잘 포장되고 도로가 나 있지만, 어린 시절엔 그곳까지도 넓은 모래밭과 잡풀들이 많았었던 것 같다. 엄마들은 물가에서 빨래 방망이를 두둘기고 우리들은 사내애며 여자애며 할 것 없이 빨개벗고 놀곤 했다. 물도 맑고 물고기도 많았다.

미꾸라지도 많이 잡곤 했었는데 기억나는 것이, 미꾸라지를 잡을 때는 물밑 모랫속에서 모가지만 내밀고 있는 놈을 양손을 벌려 가만히 다가간 다음 주변의 모래와 함께 싸잡으면 잘 잡혔다. 이름을 몰라 그렇지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많았다. 특히, 예천교 다리 밑이나 강가 수풀 쪽에는 꽤 큰 붕어들도 많이 있었는데 아버지, 삼촌이 잡은 붕어들로 매운탕을 끓여 먹은 기억도 난다.

아래는 예천역에서부터 강을 가로지르는 기찻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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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각목에 철사를 대거나 스케이트날을 박고 다시 판자에 각목을 박아 만든 썰매들을 많이 탓었는데, 얼음을 찍어 썰매를 지치는 지팡이에 박을 대못을 만들기 위해 기찻길을 이용한 기억이 어른어른한다. 철로에 대못을 얹어 놓고 기차가 지나가면 대못의 머리가 납작해지는데, 그것을 썰매 지팡이에 박아서 썼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것들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옆에서 지켜본 기억이다.

사진 몇장 찍고 바로 올라온 것은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었다. 중부내륙을 타고 3시간 반만에 집에 도착했는데, TV의 뉴스 속 화면에선 길게 늘어선 성묘, 나들이 차량들로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장면들이 연신 잡히고 있었다.

이번에 안동과 함께 경북도청 이전지로 결정된 예천은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고향이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반면에 자꾸만 기억 저 너머로 애틋한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예천에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라는 나름 유명한 자연명소가 있다. 차후 기회가 된다면 이곳으로 출사 계획을 세우고 싶다. 그리고 그때엔 정말 구석구석 마음 속의 고향을 잘 새겨놓고 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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